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저는 우연히 MMORPG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원래는 SI 개발자로 취업했는데, 면접 후 게임 개발부로 옮겨졌습니다. 아마 게임 관련 이력이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들어간 후에 보니 제게 맡겨진 일은 웹마스터였습니다. 개발자로 입사를 한거니 주 업무는 웹사이트를 수정, 개발하는 것이었지만 고객응대, 게임마스터, 워크샵 기획, 서버 관리, 게임 서버 디버깅 도우미, 게임 데이터 입력도구, PC 관리, 품의서 작성 등 잡다한 일을 다하는 슈퍼맨의 역할을 했습니다.
저녁 9시에 퇴근할라치면 눈치보이고, 11시쯤 퇴근해야 막차시간 핑계를 대고 당당히(?) 퇴근했습니다. 밤샘 작업을 하다가 히터 위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고 주말 출근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일요일이 되면 빨리 월요일이 되어 회사에 출근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일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게이머들과 게시판에서 투닥거리는 것도 – 답답할 때도 많았지만 – 좋았고, 개발팀의 공식적인 공지문을 조심스럽게 작성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제가 만든 도구로 입력한 데이터들이 하나씩 게임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것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곤 했습니다.
하루하루 일은 정말 재미있었지만 개발팀 분열을 참다못해 저는 첫 직장을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몇년동안 계속 일을 하고 있지만 그때만큼 일이 재미있지 않군요.
그때보다 나이도 몇살 더 먹었기 때문인지, 하는 일 자체가 저와 맞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시는 그 시절의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 할 것 같아 웬지 두렵습니다. 일중독이라도 좋으니 다시 그런 열정을 느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