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지인을 따라 급히 참가했던 인천 월드인라인컵. 올해는 미리 준비를 해서 나가자고 두 달 전부터 생각을 해왔으나 결국 아무 준비도 못 한 채 그냥 다녀왔습니다.

새벽의 올림픽 공원

지인과 지인 친구, 저 이렇게 세 명이 조촐히 다녀온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신달자(신나게달리자) 동호회 분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많은 분이 참가하셨기 때문에 버스를 대절하여 갔는데 문제는 출발지가 올림픽 공원이라는 것과 출발 시각이 6시 30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간다고 하여도 출발 시각까지 도착하는 것을 무리겠더군요. 그래서 결국 택시를 탔는데 생각보다 택시요금이 많이 나오더군요.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한 번 강구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비콜(NaviCall)의 알 수 없는 서비스 덕에 원래 예상하던 출발 일정에서 25분이나 먼저 출발한데다 동부 간선을 과속으로 달리는 택시 덕에 너무 이른 시각에 도착해버렸습니다. 운영진 한 분만 나와 계시더군요. 간단히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기다리니 차츰 한 분씩 오셨습니다.

왼쪽 아래에 쓰러지신 분은 술 먹고 취한게 아니라 스트레칭 중인 외국 선수입니다

버스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왕산 해수욕장에 내려 동호회 부스에 짐을 풀고 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21 Km 부문의 출발 시각은 10시 30분. 거의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부스를 기웃거렸습니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나왔는데 바다 근처라 그런지 몹시 춥더군요. 부스에서 긴 팔 져지를 사고 싶었습니다만 꾹 참았습니다.

9시가 넘어가자 슬슬 11 Km 부문부터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경쟁 부문부터 시작했는데 비록 나이는 어린 선수들이지만 속도는 정말 빠릅니다. 근육이 다 지방으로 변화한 저와 경주하면 필패입니다. :-(

9시 30분이 넘어가자 21 Km 부문 출전자들은 출발선 쪽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처음부터 기록 같은 것은 포기하고 완주나 하자는 마음으로 나갔기에 앞쪽 남자 출발선에 서지 않고 몇몇 신달자 분들과 함께 뒤에 서서 출발했습니다. 10시 30분 출발이 예정이었는데 20분 정도 일찍 경기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신달자 분들은 점이 되어 지평선으로 사라졌고 천천히 같이 팩 하면서 가자고 했던 한 분과 같이 천천히 스케이팅 했습니다. 그렇게 한 3 킬로 정도를 가자 다른 신달자 분을 만나 같이 주행했습니다. 생각보다 힘이 덜 들어서 좀 너무 힘을 아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그건 그 때의 착각이었습니다.

신나게달리자 동호회 부스

반환점 부근에서 신달자 분들과 떨어져버려서 천천히 가며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별 수 없이 다시 처음의 두 사람만이 반환점을 돌고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진짜 경기 시작이었습니다. 의심이 들기는 했는데 설마 했는데 지금까지 뒷바람을 맞고 온 것이었습니다. 반환점을 돌자 미칠 듯이 맞바람이 불어오더군요. 대충 허리 펴고 오던 자세도 최대한 낮추어서 스케이팅 해야 했습니다.

죽어라 하고 계속 가고 있는데 옆에 5분이 팩을 하고 계시더군요. 앞에서 바람을 다 맞고 있던 저로서는 구세주 같았습니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냅다 뒤에 붙었습니다. 결국 도합 7명짜리 팩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은 뒤에 몇 명이 더 붙어있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

팩의 도움으로 비교적 체력을 아끼면서 20 Km 지점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힘을 다 써야겠다고 팩에서 빠져 나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둘이 죽어라 가는데 정말 죽겠더군요. 허리도 아프고 다리고 천근 같고 심장은 비명을 지르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 대충 나온 벌을 다 받는 듯 했습니다.

결국 언덕 정상에서 푸쉬를 멈추고 내리막길을 그대로 쉬면서 다 내려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힘을 다시 모아서 마지막 피니쉬 지점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 가서 퍼져버렸고 그냥 허우적 거리면서 들어왔습니다. 아이고~

신입 회원이라고 조개를 많이 주셨어요. 꾸벅~

그렇게 대회를 마치고 미리 잡힌 일정대로 맛있는 조개구이를 먹고, 족구, 피구, 단체 줄넘기를 하면서 서로 우의를 다진 후에 다시 올림픽 공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도 함께 하려고 했으나 몸도 천근 같고 다음 날 출근 할 것도 걱정되어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년 만에 참가한 대회였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참가하게 되어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새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였기에 매우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월부터는 보다 자주 모임에 얼굴도 내비치고 스케이팅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