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서른이 넘은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같습니다. 결혼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연애조차 쉽지 않던 때였고, 일은 너무 많아 집에 가서 밥 먹고 잠 자고 나온다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많았습니다. 일은 잘 안 풀렸고 스트레스와 피로는 극에 달했었습니다.
그것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어느 샌가 마음에 조금씩 우울한 감정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해를 넘기고 하자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 해졌습니다. 퇴근길에 추운 지하철 역에서 칼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살고 싶은 생각조차 떠올리기 힘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부자, 아침형 인간 등 “하면 된다"는 식의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도 그 물결에 휩쓸려 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지독한 패배감과 열등감만 얻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일과 부자 물결에 휩쓸리는 것은 그만 두었지만 그 후유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군요. 조금만 힘든 일이 있어도 바로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떤 우울한 감정이 솟아 올랐습니다.
스스로도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도 진료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웬지 마음의 문제를 의학이나 약물에 기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서양 의학이란 것에 대해 꽤나 회의적인 생각이 들던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운동도 해보고 초코렛도 자주 먹어보고 했지만 약간의 효과가 있을 지언정 완전한 해결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도 많이 힘들게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알고 있던 생각과 다른 방향에서 인생의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자기계발서와 유사하지만 삶에 대한 새로운 통제 방법에서 시작하여 점점 깊이 파고들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끌려가 버린 것입니다.
정리하면 단순하게 살기, 조화로운 삶, 무소유, 내려놓기로 이어지는 불교의 선에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것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라고 해봐야 별 것은 없습니다. 책 스무권 정도와 인터넷에서 자료 좀 읽어 본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다소 다혈질적이고 소심한 성격이 어디 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냥 저의 특성일 뿐이고, 제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이랄까 그런 것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
“저는 이제 남들과는 다른 저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길을 다 걸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이 길은 남들이 거의 걷지 않는 다른 길입니다.”
물론 책 좀 읽는다고 우울한 감정이 쉽게 떨어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경우도 부자의 물결에 빠져 세상이 물질적으로 돌아가는 근본 원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배움과 깨닭음을 얻고 난 후에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해 알아보았기에 비교적 손 쉽게 삶을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울한 마음은 마음 그 자체를 치유해야 나을 수 있습니다. 몇가지 약물은 감기로 치면 해열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해열제가 열은 내려주지만 몸의 면역 기능이 감기 바이러스 자체를 물리치지 않으면 해열제를 안 먹는 순간 다시 열이 오르듯, 마음의 문제는 마음 그 자체가 치유되어야 합니다.
우울한 마음이 드는 분이라면 꼭 세상을 사는 다른 방법들에 대해서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선불교와 법정, 법륜, 틱낫한 스님 등의 책과 글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우울한 마음 때문에 너무 힘든 삶을 살아가고 계신 분들께 한 때 같은 고통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기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