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비슷한 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은 회사입니다.
비슷한 점이라면 둘 다 시장에서 최고로 꼽히는 회사라는 것. 그리고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둘 모두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행사를 1년에 한 번씩 주최합니다. WWDC와 BlizzCon이 그것이죠. 이것 외에도 둘을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하드웨어와 맥 OS와 iOS 등 운영체제까지 다루는 회사인데 반해, 블리자드는 게임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게임 전문 개발사라는 차이점 이상으로 다른 점도 많습니다.
여기서는 그 차이점 중에 제품을 만들어내는 모델(방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애플은 그 이름도 거룩한 스티브 잡스가 우선 떠오릅니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플이 잡스고 잡스가 애플 같습니다. 그만큼 잡스는 애플의 모든 결정, 특히 제품에 대한 결정에 핵심입니다. 잡스가 반대하는 제품이 애플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부정적인 답변부터 떠오릅니다.
그만큼 애플에서 잡스는 절대적입니다. 전의 글에서 쓴 것처럼 잡스는 영화로 치면 감독입니다.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럼 블리자드를 한 번 볼까요? 블리자드 하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뚜렸하지 않습니다. 물론 마이크 모하임 부사장이 있기는 하지만 잡스급은 아닙니다. 또 누가 있을까요? 고스트크롤러? 한정원? 아! 이 사람은 퇴사했군요.
예전에는 빌 로퍼라는 얼굴 마담(?)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딱히 그런 인물을 내세우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왜 블리자드는 잡스처럼 부각되는 사람이 없을까요? 그것은 블리자드가 일하는 방식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리자드 입구에 서 있는 오크 동상 아래에는 8개의 핵심 가치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 Embrace your inner geek
- Gameplay First
- Play nice, Play Fair
- Commit to Quality
- Every voice matters
- Learn & grow
- Think Globally
- Lead responsibly
여기서 주목 해 볼 것은 바로 “Every voice matters"입니다. 과거 CGW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 블리자드에서는 누구의 의견도 무시 해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QA 담당자가 기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디자이너가 개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 들여집니다.
이것만 살펴봐도 잡스가 가장 핵심에 놓여있는 애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잡스의 천재성에 기대어 성공적인 제품을 내놓는다고 하면 블리자드는 그런 천재적인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내놓는 것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을까요? 저는 블리자드의 구성원들과 제품을 만드는 방법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합니다.
우선 블리자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뽑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아무리 유명하고 실력있는 사람이라도 그가 게임을 좋아하는 골수 게이머가 아니면 뽑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바꿔 말해 블리자드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소비자들이란 뜻입니다.
이런 차이는 애플과 블리자드의 제품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기존에 없었던 시장을 새로운 개념의 제품으로 창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이야기입니다. 바꿔 말해 이 제품들을 만들던 당시에는 해당 제품을 써 본 소비자도 없었고, 소비자들도 경험 해보지 않았기에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잡스가 ‘당신은 아마 이게 필요 할 겁니다’라고 이야기 해주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에 비해 블리자드가 만드는 게임과 그 안의 특징(Feature)들은 이미 예전부터 다른 게임을 통해서 제공되던 것이었고 소비자들은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필요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블리자드는 그런 것들을 계승 발전시켜서 좋은 품질의 게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개발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이기도 한 직원들 스스로가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어도 소비자들과 괴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블리자드는 최종 단계에서 대규모의 테스터들을 통해 게임이 게이머들의 요구에 부합되는지 검증합니다. 이런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게임은 폐기 되거나 원점에서 새로 개발되곤 합니다. 과거 워크래프트 어드벤쳐와 스타크래프트 고스트가 이런 운명을 맞이 했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블리자드는 잡스와 같은 천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표하는 게임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말 출시 될 디아블로 3도 역시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얼핏 인디언 기우제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애플과 블리자드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둘 중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외에 다른 방법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단정 할 수 없지만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두 회사가 제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직 자신들만의 방법을 굳히지 못한 스타트업(Startup) 회사의 경우 더욱 그러 할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스스로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한다면 이 두 회사 중 어느 쪽을 닮아갈지 상상 해보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PS> 처음 작성했던 글이 날아가서 다시 작성했는데 처음 쓴 것 보다 못한 느낌입니다. 글 중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그리 이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