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전혀 없었으니, 유명 SF 문학상들을 모조로 수상했다는데 매우 흥미가 끌렸다. 유명 SF 문학상들을 수상한 작품들을 읽으면서 실망했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이 생겼다.
읽으면서 상을 탈만한 소설이라는데는 동의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표현, 그리고 상상을 자극하는 장면들과 전개.
하지만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수사적인 문장들은 합성감미료와 설탕으로 절여진 요리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자. 맛있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어?
마치 맛을 강요하는 요리마냥 이 소설은 독자에게 그 수준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이걸 읽는 당신은 대단한 독자야. 왜냐하면 우리가 대단한 소설을 써냈거든.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실망을 많이 느낄 수 밖에 없었고, 좋은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생각에 완전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점은 번역이 대단히 어려운 내용의 소설이었고, 과연 얼마나 번역이 훌륭했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부디 번역이 이 소설에 대한 나쁜 인상에 대해 일부분이나 책임을 져야 했기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