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은 전부터 있었다. 단순히 물려받은 재산 같은 것이 아니라, 기회나 제도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마치 모든 것을 자신이 혼자 이룬 것처럼 자만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능력주의라고 포장한 이 기회의 공정함은 기회가 공정하다는 것을 떠나서 이상적으로 기회가 공정해지더라도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이 책을 말한다.
요즘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는 자들이 손해를 주는 자들을 지지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것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즉 분노에 얽힌 것임을 말한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기득권층 지지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이 문제는 단지 지식의 부족이나 세뇌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던 것이다. 최근의 정치적 광기를 보면서 어느 정도 이게 논리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꼭 집어서 그게 어떤 논리로 설명 할 수 있는지 안개에 휩싸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 안개는 어느 정도 걷힌 듯 하다.
미국 보다 더한 능력주의 사회라고 생각하는 한국이 과연 능력주의를 버리거나, 적어도 능력주의가 가져오는 문제점에 대해서 사회가 자각하는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회가 오지 않는다면 갈수록 사람들은 양극단으로 치닫을 것이고, 이는 점점 영원히 치료되지 못 할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